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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 사서교육원 2학기 생활 그리고 강의평가
    당근냥,/사서가 될거예요. 2019. 2. 23. 12:23

      안녕하세요, 당근냥입니다 :)

      

      지난해 12월 20일 마지막과목 기말고사 시험이 끝나고 두 달이 조금 지나서 자격증 수령이 가능하다는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어제 자격증 수령을 끝으로 성균관대학교 부설 한국 사서교육원의 준사서과정을 무사히 잘 마치게 되어 사서교육원 생활에 대한 글을 마무리 해볼까 합니다. 


    당근냥의 2학기 성적


      사서교육원의 교육과정은 별도로 수강신청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개설되는 과목과 강사가 반별로 정해져 있고, 하루에 두 과목씩 월요일부터 목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수업이 진행됩니다. 1학기에 8과목, 2학기에 8과목을 수강할 수 있고 'D'학점(60점) 이상이면 해당 과목은 이수 한 것이 됩니다. 따라서 준사서 과정에 있는 모든 과목을 D이상의 학점으로 이수 한다면 총 32학점(16과목 x 2학점)으로 준사서 과정을 수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준사서 과정의 수료 조건이 30학점 이상이기 때문에 2학기의 '전공선택' 과목 중 한 과목은 각자의 사정이나 판단에 따라 수강 취소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한 과목을 취소하여 2학기에는 7과목 만을 수강했는데, 첫 수업 OT가 너무 실망스러웠기 때문입니다(과목명은 비밀입니다). 저희 반의 경우 저처럼 같은 과목을 수강 취소 하신 분들도 계셨고 어렵다고 소문 난 '데이터베이스론'을 취소하신 분들도 많으셨습니다. 


      '데이터베이스론'은 준사서 과정 중에 유일하게 성균관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정교수님께서 가르치시는 과목이었습니다. 수업내용은 크게 ERD(Entity-Relationship Diagram, 개체-관계 모델)와 SQL(Structured Query language, 구조화된 질의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쪽으로는 배경지식도 없고 구경해본적도 없는 것들이라 이해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ms 액세스??? 이런거랑 비슷하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ms office는 워드랑 파워포인트, 엑셀은 표그릴때... =_=

      여튼 암것도 모르는 생 초짜(?)는 저를 포함해서 몇 분 계셨던것 같습니다. 당연히 한 학기로는 소화할 수 없는 내용이기도 하고 과제도 어렵긴 했지만 교수님께서 쉽게 설명해 주시려고 애를쓰셨고 우리반 선생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시기도해서 지금은 DB, ERD, SQL이 뭔지 정도는 감을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것이 재밌기도 했고요. 아! 중간고사, 기말고사는 완전 대박이었습니다. 오랜만에 학부생의 기분을 느껴보았지요. 이 글을 보시는 후배님들 중 데이터베이스론을 수강하시는 분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시길.ㅎㅎ (그래도 모두 같은 조건이니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우리반은 2학기에는 많은 분들이 친해지기도하고, 모두 함께 수료를 향해 가자, 아자아자 이런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과제나 시험준비도 우리반 단체톡방을 활용해서 활발하게 공유하고 서로 돕기도 했고요. 사서교육원 생활을 하며 이 쪽 업계의 현실을 알아갈수록 수료 이후 다가올 현실에 대한 전우애랄까 동지애랄까 이런것들이 싹터서 경쟁자라기 보다는 동료라는 느낌. 

      

      '메타데이터론'의 ㅂ교수님께서 마지막시간에 '세간에 사서교육원 출신에 대한 안좋은 시선이 분명히 있다.며 진심어린 조언과 염려를 해주셨을 때 얼마나 마음이 찡했는지 모릅니다. 

      말 나온김에, '메타데이터론' 역시 깊게 들어가자면 정말 어려운 과목이지만 꼭 알아야하는 것들만 쉽고 깔끔하게 강의해주셔서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강의와 별도로 질의응답시간을 배정해주셔서 수업내용의 범위를 살짝 벗어난 부분까지도 질문을 받아주시기도 했고요. 게다가 ㅂ교수님께서 국회 도서관 출신으로 현장에서 활발하게 일을 하고 계시는 분이 었기 때문에 업계쪽의 최신 트렌드나 현장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좋았습니다. 


      다시 '사서교육원 출신'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서.

      제가 별 생각없이 사서교육원을 다녀서 그런지 몰라도 처음에 입학하고서는 '다양한 전공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교육을 받고 사서가 되는 제도가 참 좋다.'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다니다보니 문헌정보학과 출신의 입장에서 보면 4년을 꼬박 학교를 다녀서 사서자격증(정사서2급)을 받는데 고작 1년 과정 수료하고 (준사서이긴 하지만) 사서 자격증을 주다니 억울한 면도 있을 것 같긴합니다. 안그래도 일자리가 부족한데 준사서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은 계약직으로라도 일단 들어만가도 좋다고 하니 일자리의 질도 떨어진다고 생각할 것도 같고요.(준사서 자격증을 가지고 1년동안 경력을 쌓으면 사서교육원 정사서 과정에 등록을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일자리가 '정사서 우대'라고 합니다.)

      게다가 공무원 시험은 준사서 자격증으로도 '사서직렬'에 응시가 가능합니다. 

      

      그래도 객관적으로 비교 할 수 있는 것만 보면 사서교육원 준사서 과정에 등록을 하려면 최소 전문학사(2년)을 가지고 1년 과정을 수료 해야하고, 정사서2급을 따려면 최소 경력 1년에 정사서과정 1년을 마쳐야하니 들인 비용이나 시간, 노력이 문헌정보학과 출신보다 못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 많이 들었던 '전문성'의 문제인데요.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면 전문성을 갖춘 사서인가?

      사서교육원을 수료하면 전문성을 갖춘 사서인가?

      분류와 목록을 잘하면 전문성을 갖춘 사서인가?

      ... ...

      '사서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1년 내내 정말 많이 들은 말이지만 '전문성'이라는 말이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해서 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서의 정의에 '전문직'이라고 되어있고 사서자격증을 받았으니 자격증을 받은 저는 전문가일까요? 

      언젠가 제가 답변을 할 수 있게 되면 '사서의 전문성'을 주제로 글을 써보겠습니다. 


      어쨌든 아직은 이용자의 입장에서 일반적인 공공도서관 서비스를 생각해볼때 도서관에서 만나는 사서가 정사서인지 준사서인지 보다 저기 보이는 사서가 다가갈 만한 사람인지, 내 이야기에 친절하게 반응을 해 줄만한 사람인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공공도서관에서 가장 중요한 사서의 업무는 이용자가 어떻게 도서관을 이용하게 할 것인지, 그 지역에서 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하게할지 고민해야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 시대의 도서관과 사서의 존재가치에 대해 학계나 도서관 현장의 사서들이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야할때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옆길로 많이 샌 것 같습니다. 사서교육원 이야기를 이어서 해볼게요. 

      사서교육원이 폐원되지 않고 후배분들이 들어오신다고하니 행정상 시스템이나 강의에 대해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먼저 강의평가부터.

      강의평가는 사실 대학 학부와도 동일한 문제인데요, 기말고사 시작 전에 강의평가를합니다. 강의평가 기간동안 강의평가를 완료하지 않으면 성적열람 및 이의신청기간에 성적을 열람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날 딱 하루만 열람과 이의신청이 가능합니다. 강의 평가가 익명으로 이루어진다고는 하지만 익명이 익명인지도 확실하지 않고 성적상 불이익에 대한 염려때문에 정당한 비판도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2학기는 시작부터 1학기 강의평가때문에 이야기들이 좀 있었기 때문에 저는 2학기 강의평가를 하지 않고 행정실에 항의 및 건의 전화를 했습니다만, 강의평가 일정은 학부와 똑같다는 말만... 그러니까 그 학부도 왜 시험보기 전에 강의평가를 하게 하는 거냐구요!!

      사서교육원 1년 과정 중에 좋은 강의들도 있었지만 뭐라도 배워갈라고 애를 쓰고 들어도 정말 시간아깝다고 생각되는 강의도 있었고, 지나치게 감정적이어서 교사의 자질을 생각하게 만드시는 분, 강의 준비가 너무 안 되었다고 생각한 강의도 있었습니다. 

      1년의 과정동안 들은 말 중에 제일 당황스러웠던 것이 '이 반은 왜이렇게 열심히 해' 이런 말들이었는데, 사서교육원은 뒤늦게 도서관 일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열심히 공부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게다가 학교와 달리 사서교육원은 '실무자양성'을 목표로 설립되었고, 수강신청을 학생이 자유롭게 할 수 없는 만큼 강의나 강사의 질이 강의평가를 통해 관리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김영하작가가 '알쓸신잡'에서 말한 "배움의 질은 학생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에도 상당부분 동감하는 바입니다. 어떤 교수님들은 부담스러워 하실 정도로 우리반 선생님들께서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신 분들이 많으셨으니까 후배분들도 열심히 공부하셔서 자격증 이상의 것들을 많이 얻어가시는 시간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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