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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또 읽고] 해리포터와 마법세계당근냥,/이야기해요. 2020. 1. 15. 22:42
안녕하세요, 당근냥입니다 :)
언젠가 제가 좋아하는 책을 한 권씩 소개해 볼까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시작이 해리포터가 될 줄은 몰랐는데요, 어제 배송이 된 일러스트 에디션을 보고 감동 받은 기념으로 기록을 남겨 볼까 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책 중에 가장 좋아하는 책을 고르라면 해리포터를 고르진 않겠지만 가장 많이 읽은 책에는 확실히 꼽을 수 있습니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판권지, 2001년도 발행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판권지, 2007년도 발행본
권 수를 너무 많이 나눠놔서 전 시리즈를 다 합치면 스물 세 권이나 되는데도 첫 이야기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읽기 시작한 2001년부터 새 시리즈가 나올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읽었고 2007년도에 이야기 완결 이후로는 매년 겨울이면 꼭 한 번은 다 읽습니다. 작년 겨울에도 당연히 읽었는데 11월달에 너무 빨리 읽기 시작해서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이야기가 끝나는게 얼마나 아쉬웠는지 몰라요. 번역에 관한 문제는 이미 너무 많이 거론이 된 이슈이기 때문에 굳이 따로 말씀을 드리진 않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하도 많이 읽다보니 처음에 이해가 안되던 부분이나 이상한 표현들도 제 머릿속에서 셀프 보정(?)하는 경지에 이르러서 저 책들을 여지껏 읽어도 좋았습니다. 등장 인물의 성격, 말투, 목소리... 장면 하나하나 상상하며 그릴 수 있었고요. 그래서 영화가 너무너무 재미가 없었지요. 영화관에도 가보고 DVD도 사서 보려고는 했는데 단 한편도 제대로 본 편이 없었어요. 영화사 로고만 나와도 잠이 드는 기적!
여튼, 책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마법세계의 설정 때문에 아동용 소설로 분류 된 것 같긴한데 아동이 읽고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엔 볼륨이 너무 크고 심오하다고 생각해요. 주인공 뿐만아니라 등장 인물들의 성장 과정을 보는 것도 꽤나 흥미롭고요, 성장과정에 따른 감정의 변화가 참 잘 묘사 되어있습니다. 현실 비판적인 요소들도 꽤 있고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예요. 물론 오락적인 요소들도 있긴 합니다만 저는 마법세계나 신비한 동물들 보다 7년 동안의 이야기 속에서 등장인물들을 지켜보고 감정선을 따라가는게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너무 주인공 중심인 데다 생략도 많이 된 영화가 더 재미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찾아보면서 '포터모어'라는 곳에서 작가가 뒷이야기(?), 해리포터 세계에 관한 설정들을 계속 발표 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이게 좋은 것인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해리포터의 세계가 우리의 세계와 나란히 시간이 흐르면서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인지 시켜 준다는 것에서 좋다고 해야할지... 한편으로는 작가가 말하는 것이 '정답'이 되어버리면서 오히려 너무 많은 것들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작가 스스로가 기존의 세계관과 충돌하는 설정을 계속 내 놓으면서 논란이 되는 부분도 있는것 같고요. 저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같은 것들(제가 그래서 미드를 못봅니다)을 별로 안좋아해서 해리포터 이후의 후속작들이나 파생된 이야기들을 소설로도 영화로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주구장창 가지고 있던 책 들만 읽어 왔어요.
그러다가 해리포터 발간 20주년을 맞아 새 번역본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게되었죠. 알라딘에서 미리보기로 첫 문장 'Mr and Mrs Dursley, of number four, Privet Drive, were proud to say that they were perfectly normal, thank you very much.'의 번역을 보고 와, 이거 뭐지 싶었는데, 역시나 팬들사이에서 논란이 되었더라고요. 그래도 기존의 번역의 오류를 거의 바로잡았고 문장이 훨씬 매끄러워서 개정판을 읽어본 사람들에겐 평이 좋다고 합니다. 저도 새로 살까말까 고민을 좀 했는데요, 표지가 마음에 안들어서 망설이다가 영화를 먼저 보면서 생각해 보기로 했죠.
해리포터 시리즈 블루레이 셋트 (Harry Ptter 8 Film Collection, 인터파크도서 88,000원)
DVD가 화질이 안좋아서 졸린거야! 하고는 블루레이를 새로 샀는데 인터파크에 '초도한정 아웃박스와 호그와트 아트카드 4종' 주는게 남아있어서 주문했어요. (그냥 다 줘도 되겠구만...) 1, 2, 3편은 실패하고 4, 5, 6, 7은 하나도 안 자고 다 봤습니다.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매우 많았지만 책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처럼 영화에 집중하니까 또 볼만하더라고요. 그런데 스네이프 너무 멋진거 아닙니까... 책에서 묘사는 거의 가가멜급인데 영화에서는 제일 멋있는거 같아요. 해리를 혐오하는 듯한 표정 어디가고 처음부터 뭔가 촉촉하고 애절한 눈빛이라니!!!
여튼 영화를 보면서 내용을 다 알고 있어서 굳이 또 한국어판을 새로 살 필요는 없겠구나 생각하고 원서를 한 번 사볼까하고는 인터넷을 뒤지다가 원서도 꽤나 여러 버전으로 나온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크게는 영국판 / 미국판이 다르고 표지가 좀 점잖게 나온 성인판(Adult Edition), 일러스트에디션(Illustrated Edition, 2015년부터~ ), 기숙사판(Grynffindor, Slytherin, Hufflepuff, Ravenclaw Edition, 2017년부터~ ), 2019년부터 출시되고 있는 한국어판 20주년 기념 재번역판은 2014년 영국판 표지를 사용한 것이었어요.
저는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Phoenix, 5편)는 미국판 하드커버로 가지고 있고 페이퍼백(paperback)으로 샀던 것들은 보관할 정도가 안되어서 몽땅 버렸어요. 그래서 페이퍼백은 고려 안했고 일러스트에디션 표지가 영국판이 더 마음에 들어서 영국판으로 구매를 했습니다. 현재 4편까지 나와있어서 몽땅 사긴했는데, 일러스트 에디션이라고는 하지만 별로 크게 기대를 하진 않았어요. 그런데그런데...
1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Harry Potter and the Philosopher's Stone : Illustrated Edition (Hardcover), 2015년 10월, (알라딘, 50% 24,900원)
2편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 : Illustrated Edition (Hardcover), 2016년 10월, (알라딘, 50% 24,900원)
3편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Harry Potter and the Prisoner of Azkaban : Illustrated Edition (Hardcover), 2017년 10월, (알라딘, 50% 24,900원)
4편 해리포터와 불의잔
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 : Illustrated Edition (Hardcover), 2019년 10월, (알라딘, 48% 26,800원)
공통사항: 저자 ROWLING J K, 그림 Jim Kay, 출판사 Bloomsbury
영국판 구매하시려고 검색하시는 분들 참고 하셔요~ 처음엔 아마존에서 직구하려고 했는데 알라딘에서 50% 할인 해주더라고요.
책이 너무너무너무너무 예뻤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백과사전 사이즈의 책이 너무 무겁고 당황스러웠지만 촉감도 그렇고 엄청 고급스러웠어요. 게다가 올컬러!!!!!
에코백도 하나 따라왔습니다. 사이즈나 무게가 어디 들고 다니며 볼 수 있는 책은 아니예요. 그래도 일러스트가 굉장히 예쁘고 만족스러워서 서점에서 직접 봤다면 할인 여부와 상관없이 구매했을 것 같습니다. 아, 저는 그림책을 사모으기도 하고 미술관에 가면 도록을 꼭 사오는 편입니다. 그림 감상용, 소장용으로도 훌륭합니다. 일러스트 살짝 보여드릴게요.
1권의 표지를 살짝 넘겨보면... 호그와트 입학 안내 편지 내용과 함께 책의 정가가... 30파운드 인가봅니다. 그런데 이 책 왜 중국에서 인쇄하고 제본한거지... =_= 흠흠.
여튼 그림 한장한장, 그림이 없는 페이지도 전부 마음에 쏙 들었어요.
꼼꼼하게 읽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디테일!!
수채화 느낌의 그림들도 좋았습니다. 여긴 이장면을 그려줬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지만... 수채화를 배우고 있으니까 제가 그려서 채워 넣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물보다는 마법의 생물쪽을 그리는데 훨씬 더 집중한 듯 보이는 짐 케이 작가님.
사실 저랑 막내는 해리포터 세계관 내의 미남들이 궁금해서 제일 먼저 찾아봤거든요. 하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ㅎㅎㅎㅎ
마지막 사진은 제일 마음에 들었던 크룩생크의 모습으로 골라봤습니다.
꼼꼼하게 정독해서 2021년 5편이 발간 되기 전까지 완독하는 것 목표예요. 물론 제 돈을 주고 산 것이긴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퀄리티에 선물을 받은 것 마냥 엄청 행복합니다. 원서로 처음 책을 접하실 분들에게는 사이즈나 무게 때문에 들고 다니질 못해서 좀 그렇지만... 그림책 보듯이 편하게 집에서 두고 보실 분들, 해리포터 팬들에게는 소장용으로 완전 완전 추천합니다. 갑자기 추천으로 마무리라니.
블로그 포스팅은 쓰다보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글이 어디로 튀어가는지 모른채 가다가 끝맺음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말하듯이 글을 쓰다보니 더 그런 것 같아요. 책에 관한 글을 이렇게 쓸 계획은 아니었는데 해리포터시리즈는 너무나 유명해서 서평이나 감상문을 쓰기엔 망설여지고... 사실 일러스트 에디션을 받아보 기쁨에 이 글을 시작한 지라 글이 뭔가 개봉기?? 같이 되어버렸네요. 하하.
저는 책을 읽다 마음이 찡하거나 머리가 띵하면 그부분이 쓰인 책장 귀퉁이를 접어두는데 해리포터는 스물세권 어디에도 접힌 부분이 없습니다. 원서의 독자들은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는 스네이프의 'Always'를 번역본을 읽은 저는 당연히 느끼지 못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과 함께 하는 소소한 일상부터 커다란 모험까지 항상 즐겁기 때문이고, 결말이 꽉 닫힌 해피엔딩임을 알고 있으므로 그들과 함께 하는 고통의 순간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나 선한면과 악한면이 있고, 때로는 잘못된 행동을 할 수 도 있는데 그러한 모습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서술되어 있어서 오히려 더 소설 속의 인물들에게 공감하고 애정을 가질 수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영화에서 생략된 많은 감정과 스토리들이 굉장히 아깝게 느껴졌어요. 아, 제일 중요한 요소. 일단 가볍게 술술읽히고 재밌습니다. (영어에 스트레스 받으시는 분들은 당연히 번역본을 읽으셔야합니다! 일단 재밌어야 하니까요.) 저는 앞으로도 해리포터시리즈를 매년 다시 읽겠지만 좀 더 많은 분들이 책을 읽어 보셨으면 좋겠어요. 더 좋은 세상을 위한 생각을 해보게끔 하는 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깊게 들어가면 비판받을 만한 요소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기존의 아동문학 + 판타지소설 + 영웅소설(?)을 뛰어 넘는 무언가가 있다... 정도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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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은 엄마께서 해리포터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셨는데, 책이 왜 영어냐며!!!!!! 그래서 한글번역본을 사드렸어요. 종이 질은 더 좋은 느낌이고, 책 크기나 디자인은 영국판과 똑같습니다. 책이 너무 크고 무거워서 어딜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는 없고, 글씨가 아동용 그림책보다는 작아서 엄마가 읽으시기엔 가독성이 좋진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그림보는 재미가 있으니까... 일단 읽어보시라고 1편만 사드려보았습니다. 아래 사진 붙여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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